육바라밀(六波羅蜜)

한 왕비가 황금 이빨을 가진 코끼리를 꿈에서 보았다. 탐욕이 많았던 왕비는 꿈속의 일임에도 불구하고 꿈을 깬후 왕에게 그 이빨을 구해달라고 졸랐다. 왕은 왕비를 너무도 사랑했기 때문에 왕비의 이러한 요구가 허망하고 불가능한 일이라고 나무라기보다는 혹시 이 세상 어디에라도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구해 주겠노라고 약속을 했다.

그리고 왕은 온 나라에 방을 내렸다. 코끼리의 황금으로 된 이빨을 구해오는 자에게는 많은 상금과 땅을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왕의 이러한 방을 본 사람들은 한결같이 머리를 내저었다. 한번도 구경한 적이 없는 물건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마침 황금 이빨  가진 코끼리를 잘 알고 있는 한 사냥꾼이 히말라야 산 기슭에 살고 있었다. 그 코끼리는 히말라야에 사는 코끼리로서 영특하고 위엄을 갖추어 백수들의 왕으로 추앙받는 터였다. 거기에다 더욱 신기한 일은 그 코끼리는 집을 나와 도를 닦는 수행자들을 보면 앞에 나아가 절을 하고 공경을 한다는 것이었다.

사냥꾼은 왕의 방을 접하고는 욕심이 생겼다. 코끼리를 잡아 황금 이빨을 뽑고 왕에게 바쳐 큰 부자가 되어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사냥꾼은 머리를 깎고 수행자의 복장으로 변장을 하고 독이 묻은 화살과 사냥 도구를 감춘 채 히말라야 산 속을 뒤지기 시작했다.

며칠후 사냥꾼은 많은 뭇 짐승들과 함께 노닐고 있는 코끼리를 발견 할 수 있었다. 사냥꾼은 코끼리를 유혹하기 위해 거룩한 체하고 앉아서 수행하는 모습을 지었다. 이 모습을 본 코끼리는 얼른 사냥꾼 앞에 다가와 엎드려 절을 하였다.

사냥꾼은 이때다 싶어 품속의 독화살을 코끼리에게 쏘았다. 코끼리가 크게 울부짖자 주변에 있던 다른 많은 짐승들이 놀라 화를 내며 사냥꾼을 향해 달려들었다. 하지만 이상한 것은 정작 코끼리의 태도였다. 자신을 해치려 했던 사냥꾼을 코끼리는 얼른 긴 코로 감더니 다른 짐승들이 오지 못하는 안전한 곳으로 데려다 놓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사냥꾼을 향해 “사냥꾼이여, 어서 이 이빨을 가져가시오. 기쁘게 당신에게 주리다. 나는 당신이 수행자로 변장을 했지만 이미 알고 있었소. 내가 비록 이렇게 목숨을 버리지만 나의 마음은 어떠한 원망도 두려움도 없소”하며 자신의 이빨을 나무에다 힘껏 부딪쳤다. 사냥꾼은 얼른 코끼리의 이빨을 주웠다. 그리고는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산을 내려갔다.

이 모습을 본 코끼리는 독이 퍼져 숨을 거두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래 이러한 인연공덕으로 만약 내가 어느 생엔가 진리를 깨달아 부처가 된다면 맨 먼저 그대가 가지고 있는 탐냄, 성냄, 어리석음의 삼독을 빼내 주리라…”

무한한 감동과 교훈을 주는 이 설화는 부처님의 전생담 가운데 나오는 얘기다. 이 속에서 우리는 불자가 실천해야 할 내용이 무엇인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바라밀(波羅蜜-paramita 파라미타)의 실천과 완성이다.

바라밀은 생사의 세계에서 열반의 세계에 이르는 수행 방편이며 열반의 세계에서 생사의 세계로 다시 돌아오는 교화방편으로 ‘건너다(度)’라는 뜻을 가진 말이다. 중생계든 성현계든 누구를 막론하고 닦아야만 될 바라밀은 불교 수행의 시작이며 완성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전에서는 바라밀의 종류를 여러 가지로 말하고 있지만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 여섯 가지를 꼽는다.

보시(布施), 지계(持戒), 인욕(忍辱), 정진(精進), 선정(禪定), 지혜(智慧) 바라밀이 그것이다. 보시는 아무 조건없이 누구에게나 지극하게 베푸는 행위를, 지계는 악을 그치고 선을 닦는 계를 지키는 행위를, 인욕은 분함과 원한심을 내지 않고 어려운 일을 참는 행위를, 정진은 게으름없이 힘써 노력하고 수행하는 행위를, 선정은 마음이 바깥으로 흩어지지 않고 집중되어 삼매를 이루는 행위를, 지혜는 일체의 미망을 여의고 깨달음을 얻어 생사를 벗어난 경지를 이루는 행위를 가리킨다.

이렇게 볼 때, 자신을 해친 사냥꾼에게 오히려 이빨을 즐겁게 내준 코끼리의 마음은 보시 바라밀이고 사냥꾼을 다른 짐승이 죽이려 하자 보호해준 것은 지계 바라밀이다. 고통으로 죽으면서도 아무런 원망과 증오가 없었다는 것은 인욕 바라밀이며, 이러한 행위를 어느 생까지 지속한다는 것은 정진 바라밀이다. 죽음에 이르러서도 조금도 흔들리거나 두려움이 없는 것은 선정 바라밀이고, 성불해서 삼독을 빼 준다는 것은 지혜 바라밀이다.